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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12-10 20:12 조회 1,479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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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평마을 어르신들이 봉계보건소의 수업을 받고 있다.
장기판 위로 오가는 말소리, TV 소리 너머 들려오는 도란도란 웃음소리. 그 가운데 마을 소식이 오가는 정겨운 공간으로 많이 떠올리는 '경로당'. 다만 요즘은 달라졌다. 건강체조의 경쾌한 박자가 울려 퍼지고, 평생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취미 프로그램이 어우러지는 복지와 여가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평소라면 분주하게 옮겼을 배달꾼의 발걸음이 화요일과 수요일만큼은 한가하다. 마을 어르신들 모두 경로당에 모여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만큼은 배달꾼이 어르신들을 도우는 보조 강사로 변신해 함께했다.
릴플레이신천지
어르신들이 봉계보건소의 수업 가운데 하나인 요가 동작을 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상월평마을 어르신들이 매주 화요일마다 울주군의 '스마트 경로당'을 거쳐 비대면 수업을 받고 있다.
바다이야기설치 자료
# "다음 날 팔이 안 올라가데~"
울주군은 면적이 넓어 어르신들이 복지관이나 문화시설을 사용하기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 위해 각 경로당에 양방향 방송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경로당'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면 TV 화면에 여러 마을 경로당이 연결되고, 강사가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한 바다이야기릴플레이2 다.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맨손체조나 스티로폼, 밴드를 사용한 기초 스트레칭, 웃음치료 등이 펼쳐진다. 올해 처음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상월평마을은 경로당이 꽉 찰 정도로 참여율이 높았다. 처음엔 "뭐 이런 걸 하노"라며 시큰둥해하던 어르신들은 금세 화면에 집중하며 강사의 구령에 맞춰 동작을 따라했고, 나중에는 패딩까지 벗어던진 채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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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르신은 "밭일 하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다음 날 팔이 안 올라가더라"며 웃어 보였다. 마을 최고령인 최금선(91) 할머니께서 작은 체구로 열심히 따라 하는 모습은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외에도 다른 수업을 거쳐 생애 첫 요가도 도전했다. 생소한 매트 위에 살포시 앉아 몸을 풀어가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바다이야기5만 관련 내용 '나도 이런 걸 다 해보네' 하는 설렘과 신기함이 번졌다.
어르신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동요 '과수원길'에 맞춘 손동작을 함께 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 '작은 교실'로 변한 경로당
"동구밖" 짝 "과수원길" 짝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짝짝. 신두리(84), 우경옥(73), 조복자(73), 최금선(91) 할머니들이 빙 둘러 앉아 구수한 목소리로 동요를 부르며 박자마다 손뼉을 맞부딪혔다.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지만, 이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동요 '과수원길'이다. 어르신들의 기억력 향상과 치매 예방을 돕기 위해 익숙한 멜로디에 맞춰 간단한 손동작 안무를 따라 하게 한 당시 봉계보건소 김명란 소장의 수업 중 하나다. 동작이 느려 외우는 것이 쉽지 않지만, 서툴더라도 계속 반복하며 맞춰가다 보니 재미를 느끼고 작은 성취감도 얻었다.
봉계보건소는 월·화·금요일에는 진료를, 수요일에는 보건사업을, 목요일에는 두동보건지소에서 업무를 본다. 이중 보건사업은 김 소장이 직접 경로당을 찾아 다양한 수업을 하는 것으로 상월평마을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마다 열린다. 이 시간이 되면 경로당의 모든 테이블을 끌어와 작은 교실이 만들어지고,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왁자지껄 활기를 띈다. 어르신들은 평소 경험하기 힘든 다채로운 활동을 거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옛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도 가졌다.
최금선 할머니가 붓을 사용해 색칠을 하고 있다.
안원개 할아버지가 자신의 작품 '오뚜기(오뚝이) 인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색깔로 풀어낸 인생담
나이별 삶을 색으로 채워보는 수업에서는 과거 추억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신두리 할머니는 10~20대 칸에 상의는 노란색으로 하의는 빨간색 칠하며 "그때는 여기 길도 없었다. 내가 빨간색 치마에 노란색 저고리 입고 밭을 가로질러 오는데 밭일하던 사람들이 전~부 다 쳐다보는 기라. 그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시집 왔을 때를 떠올렸다.
우창길(80) 할아버지는 아내인 최복순(86) 할머니의 아팠던 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우 할아버지는 "예전에 집사람이 크게 아팠던 적이 있어 한 고비를 넘긴 적 있는데, 그때는 너무 두려워서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앞이 보이지도 않았다"며 "그런 시간을 지나 지금에 오고 나니, 집사람과 이웃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50~60대 칸에는 새카맣게 칠했지만, 60대 이후는 초록색과 검정색을 반반 섞어 칠한 안원개(73)할아버지는 깊은 울림으로 감동을 줬다. 안 할아버지는 "60살 넘어 병이 찾아왔는데 그 시절은 정말 암흑 같아서 검정색으로 채웠다"며 "하지만 앞으로 계속 암흑으로 살 수 없기 영향으로 이후에는 밝은색을 칠했다. 그래서 제목도 '오뚜기(오뚝이) 인생'이라고 썼다"고 설명했다. 수십년을 이웃으로 지내며 서로의 속사정을 나눠 온 어르신들 사이에서 따뜻한 박수가 잔잔히 퍼져 나왔다.
서정희(69) 할머니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책을 펼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오려 붙이는 수업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책을 펼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오려 붙이는 수업을 하고 있다.
# 손으로 오려 붙인 추억
"옛날 이야기 다 나오네요" 책을 펼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오려 붙이는 수업 중 서정희(69) 할머니가 미소를 띄면서 말했다. 서 할머니는 "어렸을 때 우리 외가집 모습이 생각나서 이렇게 만들어 봤다. 연탄 불 떼서 고구마 구워 먹고 구들방에서 따뜻하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라며 정성스레 꾸민 페이지를 보여줬다.
세월만큼 많이 무뎌진 손동작이지만 한장 한장 정성스레 오려 붙일 때마다 묵혀둔 추억이 되살아 났다.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 큰 소나무를 붙인 신두리 할머니는 "젊을 때는 친구들이랑 등산도 가고, 계곡서 물놀이도 하고, 나무 밑에서 쉬고, 그렇게 놀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어느새 내 신세가 이렇게 됐나 싶어 서글픈 마음이네. 지금은 다리가 아파서 예전처럼 놀러 다니지 못하니까 먼 산만 보고 있다"며 쓸쓸한 마음을 유쾌하게 설명했다. 다른 어르신들도 하나둘 옛 기억을 꺼내 놓았다. 좋아하는 나물로 요리하던 풍경이나 땀 흘리며 농사짓던 시절, 가족들과 함께 여행갔던 일 등을 하얀 도화지 위에 녹여냈다.
한달 동안 매주 진행된 수업시간은 상월평마을 어르신들에게 오래 묵혀둔 청춘을 불러내는 즐거움이자 새로운 자극이 됐다. 이웃이 모여 웃음과 회상을 함께 나누며, 경로당은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따뜻한 배움터로 변모했다.
신섬미 기자 [email protected]신원윤 PD [email protected]조나령 PD [email protected]
신섬미 기자 ([email protected])
장기판 위로 오가는 말소리, TV 소리 너머 들려오는 도란도란 웃음소리. 그 가운데 마을 소식이 오가는 정겨운 공간으로 많이 떠올리는 '경로당'. 다만 요즘은 달라졌다. 건강체조의 경쾌한 박자가 울려 퍼지고, 평생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취미 프로그램이 어우러지는 복지와 여가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평소라면 분주하게 옮겼을 배달꾼의 발걸음이 화요일과 수요일만큼은 한가하다. 마을 어르신들 모두 경로당에 모여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만큼은 배달꾼이 어르신들을 도우는 보조 강사로 변신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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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봉계보건소의 수업 가운데 하나인 요가 동작을 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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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은 면적이 넓어 어르신들이 복지관이나 문화시설을 사용하기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 위해 각 경로당에 양방향 방송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경로당'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면 TV 화면에 여러 마을 경로당이 연결되고, 강사가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한 바다이야기릴플레이2 다.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맨손체조나 스티로폼, 밴드를 사용한 기초 스트레칭, 웃음치료 등이 펼쳐진다. 올해 처음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상월평마을은 경로당이 꽉 찰 정도로 참여율이 높았다. 처음엔 "뭐 이런 걸 하노"라며 시큰둥해하던 어르신들은 금세 화면에 집중하며 강사의 구령에 맞춰 동작을 따라했고, 나중에는 패딩까지 벗어던진 채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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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교실'로 변한 경로당
"동구밖" 짝 "과수원길" 짝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짝짝. 신두리(84), 우경옥(73), 조복자(73), 최금선(91) 할머니들이 빙 둘러 앉아 구수한 목소리로 동요를 부르며 박자마다 손뼉을 맞부딪혔다.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지만, 이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동요 '과수원길'이다. 어르신들의 기억력 향상과 치매 예방을 돕기 위해 익숙한 멜로디에 맞춰 간단한 손동작 안무를 따라 하게 한 당시 봉계보건소 김명란 소장의 수업 중 하나다. 동작이 느려 외우는 것이 쉽지 않지만, 서툴더라도 계속 반복하며 맞춰가다 보니 재미를 느끼고 작은 성취감도 얻었다.
봉계보건소는 월·화·금요일에는 진료를, 수요일에는 보건사업을, 목요일에는 두동보건지소에서 업무를 본다. 이중 보건사업은 김 소장이 직접 경로당을 찾아 다양한 수업을 하는 것으로 상월평마을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마다 열린다. 이 시간이 되면 경로당의 모든 테이블을 끌어와 작은 교실이 만들어지고,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왁자지껄 활기를 띈다. 어르신들은 평소 경험하기 힘든 다채로운 활동을 거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옛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도 가졌다.
최금선 할머니가 붓을 사용해 색칠을 하고 있다.
안원개 할아버지가 자신의 작품 '오뚜기(오뚝이) 인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색깔로 풀어낸 인생담
나이별 삶을 색으로 채워보는 수업에서는 과거 추억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신두리 할머니는 10~20대 칸에 상의는 노란색으로 하의는 빨간색 칠하며 "그때는 여기 길도 없었다. 내가 빨간색 치마에 노란색 저고리 입고 밭을 가로질러 오는데 밭일하던 사람들이 전~부 다 쳐다보는 기라. 그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시집 왔을 때를 떠올렸다.
우창길(80) 할아버지는 아내인 최복순(86) 할머니의 아팠던 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우 할아버지는 "예전에 집사람이 크게 아팠던 적이 있어 한 고비를 넘긴 적 있는데, 그때는 너무 두려워서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앞이 보이지도 않았다"며 "그런 시간을 지나 지금에 오고 나니, 집사람과 이웃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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